[003]
근래에 블루라이트를 차단해준다는 렌즈를 사용하는 안경들을 많이 추천하길래 광학필터를 만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블루라이트가 차단되는 렌즈의 원리를 적어볼까 한다.
블루라이트가 얼마나 위험하고, 눈에 안좋고 하는 얘기는 아는게 없어서 할 얘기가 없고, 원리에 대한 이야기만 할 생각이다.
[003-00] 요약부터
쓰다보니 길어져서 요약을 앞에 배치했다. 관심있는 사람은 내용도 보면 됨.
1. 블루라이트는 가시광선 중에도 파장이 아주 짧은 근자외선과 보라색을 포함하는 빛을 의미하고,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는 이 파장의 빛만 투과시키지 않는 기능을 함
2. 파동의 소멸간섭을 이용하는게 포인트, 렌즈의 바깥면 (빛이 들어오는 면) 에 소멸간섭이 일어나는 층을 쌓고, 반대면에는 비반사코팅을 해서 각 면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하도록 함
3. 이 렌즈는 상당히 비싼 진공증착장비를 이용해서 수십~100 nm 언저리의 두께를 갖는 아주 얇은 막 (박막) 을 여러층 쌓아서 제작함
4. 렌즈 코팅 기술은 안경 외에도 상당히 폭넓게 이용되는 기술이며, 안경 렌즈를 만드는건 그 중 매우 쉬운 편
5. 블루라이트가 정말 눈에 안좋은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는데, 난 안씀
[003-01] 블루라이트가 뭔데
빛은 기본적으로 전자기파동인데, 빛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 포스팅에 간략한 내용이 있으니까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시고..
[013] 전자기파동의 본질 - Electromagnetic Wave
[013] 제목이 뭔가 상당히 거창한거 같은데, 교재의 제목 "The Nature of Electromagnetic Waves" 를 한글로 바꾸다보니 이렇게 됐다. 그래서 빛이 뭔지 좀 정리해보자. [013-01] 빛 위 그림이 전자기학에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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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거니까 전자기복사의 범위를 가시광선의 범위로 좀 좁히고, 가시광선은 또 어떻게 구성 되어있는지 그림으로 먼저 보면,
무지개처럼 표현된 부분이 전자기복사 중 가시광선에 해당되는 영역이고, 그림에 표시된대로 통상 400 ~ 700 nm 의 파장을 갖는 빛을 말한다.
RGB 라는 글자 많이 봤을텐데, 빛의 3원색이 Red, Green, Blue 라서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붙여만든거고, 광학에서 약속한 빨강, 녹색, 파랑의 파장은 각각 635, 540, 465 nm 이다. 물론 여기서 몇나노 벗어난다고 파랑이 노랑이 되고 그렇진 않다.
그 중에서도 블루라이트가 의미하는 파장은 검색해보면 380 ~ 500 nm 의 범위라고 하는데, 아마 저 파장만 따로 모아서 보면 보라색으로 보일거다. (왜 퍼플라이트라고 안했지?)
요는, 블루라이트는 가시광선으로 약속한 파장 중에서도 아주 짧은 파장을 갖는 빛 이구나 로 알면 되겠다.
그런데, 이 짧은 파장의 빛이 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말이 나오니까, 렌즈 회사들이 "그럼 해로운 빛이 눈에 도착하지 못하게 만들어줄께!" 하고 만들어서 팔고 있는 렌즈가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다. 너굴맨이야 뭐야..
[003-02] 아주 기초적인 광학
빛을 다루는 학문이 광학인데, 광학은 크게 둘로 나뉜다. 기하광학과 파동광학.
기하광학은 과학시간에도 배운 내용으로, 렌즈를 통과한 빛에 의해 물체의 상이 어디에 어떻게 맺히는지 알고싶을때 적용하는 방법으로, 빛의 직진성과 렌즈표면에서 발생하는 굴절을 주로 이용하는, 비교적 쉽게 빛을 다루는 방법이다.
파동광학은 빛을 파동 자체로 해석하는 방식인데, 파동 자체를 이해하는게 어려운 만큼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해석하는 수학도 마냥 쉽지는 않은 분야이다.
파동이 뭔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을 참조 하시길..
https://physicslog.tistory.com/entry/010-001-%ED%8C%8C%EB%8F%99%EC%97%90-%EB%8C%80%ED%95%9C-%EB%AA%87%EA%B0%80%EC%A7%80-%EC%9D%B4%EC%95%BC%EA%B8%B0
[010-001] 파동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010-001] 파동....파동... 참 여러모로 공부하는 사람 어렵게 만드는게 이 "파동" 이라는 단어다. 상대론 이야기를 할 때는 대부분 빛의 속도에 관련된 내용들이라 그래도 파동이냐 입자냐 이런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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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은 우리 망막에 상이 맺히는 위치를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도구이니까, 안경 렌즈를 설계할때는 기하광학을 알면 사실 충분한데, 블루라이트가 제거되는 원리는 온전히 파동광학에 관한 내용이다.
물론 여기서 그 많은 이야기는 할 수가 없고, 처음 의도대로 특정 파장의 빛들이 제거되는 원리와 렌즈 제작 방법만 알아보기로 하자.
[003-03] 파동의 간섭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는 입사되는 빛의 특정 파장만을 제거해야 하므로 빛이 갖는 파동의 성질 중 간섭, 특히 상쇄간섭을 이용한다.
위 그림의 왼쪽은 보강간섭, 오른쪽은 상쇄간섭을 나타내는데, 차단시키고 싶은 파장의 빛이 안경 렌즈를 통과하면서 상쇄간섭을 일으키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근본적인 원리 이다.
상쇄간섭이 필요하구나 만 알고 넘어가자.
[003-04] 유리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일
아무런 처리가 되지 않은 평평한 유리에 빛이 입사하면 유리의 각 표면에서 대략 3% 의 반사가 일어나서, 원래 빛의 94% 만 유리 반대편으로 투과된다.
물론 유리의 종류와 곡률 등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우리의 관심사는 아니고, 사실 차이가 크지도 않으니까 3%로 알고 있어도 된다. (대충 그린 그림이니까 굴절각이 맞고 틀리고 하는건 넘어가자.)
[003-05] 유리표면에 코팅을 하면
이제 유리의 빛이 들어오는 면에 진공 증착기를 이용해서 아주 얇은 막을 수십겹 입혀주면 원하는 파장만 상쇄간섭이 일어나도록 할 수 있다.
얇은 막이 형성된 표면은 이제 각 층마다 2개씩의 반사면을 갖게되고, 빛이 굴절되는 정도는 파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굴절율을 갖는 물질을 적절한 두께로 쌓아주면 우리가 원하는 파장을 원하는 수준으로 상쇄시키는게 가능하다.
각 층에서 일어나는 일을 좀 확대해보면..
물론, 상쇄간섭의 설명 처럼 한번의 반사만으로 빛을 완전히 상쇄시키지는 못한다. 적은 수의 박막을 쌓아 투과량을 낮춘다는건 넓은 파장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가 되기때문에, 쉽게 말해 비싼 썬글라스 만드는 일이 된다.
그래서, 박막을 적절한 횟수만큼 입혀서 각 층에서 반사되는 빛과 입사되는 빛들 사이 위상을 약간씩 어긋나게, 즉, 약간씩 상쇄되도록 만들어주는게 코팅의 원리이자 차단의 핵심이다.
빛이 들어오는 표면에 코팅을 해서 블루라이트를 말 그대로 "소멸" 시켰으니, 이제 남은 파장의 빛들은 보통 유리보다 더 많이 투과되어야 우리가 안경을 써도 답답하지 않을텐데, 이를 위해서 유리의 반대면에는 비반사코팅 (AR coating : Anti-Reflection coating) 을 한다.
AR 코팅은 거의 정형화 되어 있는 코팅이다. 바꿔 말하면, 만들기 쉽다. AR 코팅도 차단코팅과 동일한 물질을 이용해서 만드는데, 두 가지 물질을 교차해서 통상 8층 정도의 코팅을 한다.
이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유리는 다음과 같은 형태를 갖는다.
차단코팅의 박막 층수가 더 많고, AR 코팅은 통상 8층 이다.
[003-05-01] 코팅에 대한 세부내용
코팅에 사용되는 장비는 Electron Beam Evaporator 또는 Sputter 라는 진공 증착장비를 이용하고, 안경렌즈 코팅에는 주로 E-beam 장비를 쓴다.
장비 자체가 워낙 비싸기때문에 (E-beam 기준 보통 7~8억, 물론 말 그대로 공장처럼 찍어낸다.) 장비만 갖추면 사실 이정도 코팅을 하는건 어렵지 않다.
코팅은 통상 두 가지 물질을 교차로 쌓는데, 원하는 광학 특성에 따라 코팅 층의 수는 천차만별이다. 보통 산화티타늄 (TiO2), 산화니오븀 (Nb2O5), 산화실리콘 (SiO2) 와 같은 산화물들을 이용하며, 굴절률이 서로 다른 물질을 두 가지를 선택한다. 물질의 선택 역시 코팅의 광학특성, 물리적 특성, 공정 능력 등을 바탕으로 결정한다.
각 층의 코팅 두께는 말 그대로 나노 수준이다. 얇게는 15~20 nm 부터 두껍게는 150 nm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두께의 막을 쌓아야 원하는 광학 성능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무조건 층수가 많아진다고 좋은 성능을 내지는 못하고, 언제나 가장 어려운 "최적화"를 해야하고, 저 두께보다 얇은 층이 들어가면 성능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너무 얇은 층을 넓은 면적에 균일하게 코팅하는건 사실 불가능하기 때문에 본인의 공정 구현 능력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럼 대체 몇 층을 쌓는게 최적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데, 이건 설계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 Macleod 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 인터페이스는 구리지만 성능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 장비 관리만 잘 하면 아주 잘못된 결과물을 얻지는 않는다.
[003-06] 실제로 만들면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코팅 렌즈의 광학 특성을 알아볼건데, 내가 직접 설계하고 만들었던 광학필터를 예로 들어보려고 한다. 이 그래프는 용도가 다른 필터의 특성이지 안경렌즈에 대한게 아니니 오해 마시길. 안경 코팅은 이정도 수준으로 하지 않는다.
가로축은 파장, 세로축은 투과율인 그래프인데, 위 그림과 같이 특정 파장을 완전히 차단하고, 가시광선 영역의 빛은 거의 100% 에 가까운 투과율을 갖도록 만드는게 가능하다.
[003-07] 코팅 기술 응용
사실 이러한 렌즈 코팅 기술은 안경 렌즈를 만드는게 가장 쉬운 편에 속할 정도로 많이 이용되는데, 각종 카메라 렌즈를 비롯해 스마트폰 카메라의 NIR-cut 필터나 요즘 좀 유명해진 LiDAR 장비 등에 들어가는 Band-pass 필터 등의 제작에도 이용된다.
[참고문헌]
모든 글은 직접 작성, 대부분의 그림은 직접 그렸고,
다른 사이트에서 참조한 그림은 그림 아래에 출처를 넣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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