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가고, 전공을 선택 한 후 지금까지 "전공이 뭐니? -> 물리요. -> 히익?!" 으로 이어지는,
뭐랄까.. "몇년생이니? -> 2002년요 -> 그럼 월드컵 못봤겠네?" 같은, 도무지 이 뒤에는 무슨 반응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도 모르겠는 대화를 참 많이 겪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물리학과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이나, 밖에서 물리를 전공한 사람을 만났을때, 더 이상 놀람에서 대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혹시나 물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을리가 없겠지.
아무튼 물리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학부과정에서 제가 배웠던 과목을 기준으로 정리를 해 보고자 합니다.
저는 학부, 대학원에서 물리를 전공 했습니다.
중학교때 까지는 막연히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역시 잘 선택했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역시 글은 두괄식이 제 맛 이니까, 본론으로 시작 합니다. 교양은 간단히 적기로 하고, 이과대학 전공에 포함되는 범위의 과목들만 적겠습니다.
[학부 1학년] - 요즘은 1학년들도 공부를 엄청 한다던데..
일반물리학, 화학, 생물학 및 실험
각 과목 마다 실험이 따로 있습니다. 일반물리 카테고리에 작성중인 내용과 같이, 모든 과목에서 배우는 내용은 고등학교에서 다뤘던 수준과 거의 다름이 없습니다.
대학교 실험이라고 뭐 더 멋지고 그렇진 않습니다. 생물 실험시간에 묵념하고 쥐 해부를 했던 날은 지금도 생각 나네요.
미분적분학과 벡터해석
물리학과는 3학년까지 모든 학기에 수학 수업이 있습니다. 1학년때 배우는 이 과목은 물론 내용은 고등학교 이과수학과 내용상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접근 방식이나 사용하는 기호, 증명 과정 같은 디테일의 차이가 다소 있습니다.
물리를 전공할거라면 1학년때 부터 벡터를 아주 잘 이해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몇번째 시험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1번 문제가 이거였습니다. "수학에서 수 란 무엇인가?"
이 외에 영어, C++ 프로그래밍, 글쓰기 등 필수교양 과목을 듣습니다.
[학부 2학년] - 이제 시작
일반역학
고전역학 으로도 불리는 과목이고, 뉴턴역학을 배우는 과목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역학입니다. 라고 말하면 좀 그럴싸하죠.
F=ma 가 어쩌고, 원운동이 어쩌고, 포탄을 쏘는 각도가 어쩌고 하는, 중고등학교 다닐때 외웠던 공식들을 배우는 과목 입니다.
F=ma 가 미분방정식으로 기술되기 시작하고, 고등학교때는 그냥 포탄을 쐈는데, 대학생이 된 만큼 포탄의 운동을 기술하는 수식에 공기저항에 관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또, 스프링에 물체를 매달아 띠용띠용 튕기는 훅의 법칙도 미분방정식으로 씁니다. 사실, 다 미분방정식으로 씁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미 한번 배웠던 내용을 다시 하는거라 내용 자체에서 오는 거부감은 없는데, 기술하는 방식의 변화를 배우는 과목 입니다. 좀 더 멋있게요. 네, 물론 멋있습니다.
현대물리학
일반역학이 고전이라면, 현대물리는 이름 그대로 현대의 물리학 입니다. 그런만큼 시작이 상대성 이론 입니다.
통상, 상대론 이전의 물리는 고전, 상대론 부터를 현대 라고 구분하는데,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건, 고전물리가 정확히 짜여진 틀 안에서 엄밀히 정해진 규칙대로 한치의 오차없이 움직이는 세계라면, 현대물리는 SF 소설 같다. 입니다.
어쩌면 대학교에 가기 전에 현대물리를 제대로 배워본적이 없어서 더욱 저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물리학 에서는 상대론, 빛의 이중성, 파동, 드브로이 물질파, 약간의 양자역학, 핵 물리 등 그야말로 고전에서는 다루지 않은 물리학의 분야를 다룹니다.
역시 다르게 표현하면, 정식으로 배운적 없는게 많아서 어렵지만,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재미가 분명 있습니다.
물리학 실험
2학년 실험 과목은 기본적인 아날로그 및 디지털 회로를 배우고, 각종 소자를 이용한 회로를 구성하는 실험을 합니다. op-amp,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등 각종 소자의 원리를 배웁니다.
공업수학
반드시 들어야 되는건 아닌걸로 아는데, 물리학과는 개설되는 과목이 많지 않아서 저는 학점도 채울 겸 해서 들었습니다. 미분방정식, 면적분, 선적분, 특수함수 등 1학년때 배운 수학보다 좀 더 어려운 내용들이 포함 됩니다.
물리에서 많이 쓰이는 주인공 같은 내용 몇 가지를 잘 배워두기만 해도 충분히 좋은 과목 입니다.
이 외에는 졸업 학점을 위해 영어 및 기타 교양을 듣습니다. 교양은 가능하면 성적 잘 받아 두세요. 안그러면 저처럼 교양 재수강 하는 이상하고도 이상한 상황을 겪습니다.
[학부 3학년] - 와이씨!
양자역학
분명 졸지않고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몸이 의자에서 떠오르는 느낌을 받는다는, 공중부양 체험 과목 입니다. 물론 너무나 멋진 현대물리학의 분야 입니다.
요즘은 "퀀텀(양자)" 이라는 단어가 마치 접두어 처럼 여러 단어에 붙어서 사용되기도 하고, 유투브에 '양자' 두 글자만 쳐도 수두룩 빽빽하게 영상들이 올라옵니다만, 부디 물리를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마 몇 개 보면 알거에요, 다들 비슷비슷한 얘기만 하다 끝난다는걸.
공부해보면 재밌습니다. 그야말로 SF 소설 같아요.
추천하는 책은, Gasiorowicz, Liboff, Griffiths, Feynman 의 교재 입니다. Gasiorowicz 이 양반이 쓴 책은 얇긴한데, 수식 전개과정이 대부분 생략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전개되는건지 자세히 알고 싶으면, Liboff 를 보면 됩니다.
전자기학
전하 주변에 생기는 전기장, 전하의 움직임인 전류, 전류 주변에 생기는 자기장, 전기장과 자기장의 조합인 전자기파 (빛) 을 배우는 과목 입니다. 맥스웰 방정식도 배웁니다.
제가 느끼기엔 양자역학보다 전자기학이 어렵습니다. 이건 소설이 없어요. 정확합니다.
고전물리에 더 가까운 형태이긴 하지만, 전자기파의 근원을 다룬다는 점 에서 현대물리와도 너무나 밀접하게 닿아있는 과목 입니다.
추천하는 책은, Griffiths, Reitz 의 책 입니다. Griffiths는 친절하고, Reitz 는 수학이 많습니다.
열, 통계 물리학
아주 많은 입자로 구성 된 계를 기술하는 방식을 배우는 과목 입니다. 이 외의 과목들은 대부분 하나의 입자 또는 상호작용하는 두 입자로 구성된 계를 기술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구와 달의 상호작용 이라든지, 하나의 원자핵과 하나의 전자로 이루어진 수소 원자 라든지.
상호작용하는 입자가 세 개만 되어도 그 계를 손으로 계산해서 기술하는건 너무 어렵고 복잡해지고, 그 이상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배우는게 열물리 입니다.
...다른과목에 비해 공부를 열심히 안해서 쓸 말이 별로 없네요.
수리물리학
몇년만에 포탈에 접속해서 개설과목을 봤는데, 아마 요즘은 안배우나 봅니다. 매트랩이나 매스매티카 같은 프로그램을 배우는걸로 바뀐거 같기도 하구요.
수리물리 역시 수학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업수학 말고 수리물리만 들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차피 3학년 수업 들으려면 수학은 2학년까지 잘 들어두는게 좋아요.
대학원에서 이론물리를 전공 할 생각이 있다면, 아주 열심히 공부해야 할 과목 입니다.
이 외에 3학년 실험과목은 그 내용도 실험 방법도 좀 더 어려워집니다. 비싼 장비를 사용하기도 하구요.
여기서 하나하나 얘기하기 보다는 '3학년에도 실험과목이 있구나' 정도로 알고 넘어가도 되겠습니다.
3학년 과목은 2학년에 비해서도 급격히 추상적인 내용이 됩니다. 아원자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은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기술한다는 사실만 봐도 왜 추상적이라는 표현을 하는지 이해가 될 겁니다.
그만큼 수학이 자연을 다루는 언어로서 물리학에서 어떤 입지를 갖는지, 왜 물리학과에서 끊임없이 수학을 배우는지 알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학부 4학년] - 응용
4학년 과목은 대부분 선택 입니다. 요즘은 반도체를 많이들 배우겠죠.
광학
물리학과가 정식으로 광학을 배우는 몇 안되는 학과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광학은 크게 기하광학과 파동광학으로 나뉘는데, 거울이나 렌즈를 설계하는, 일반적으로 광학으로 알고있는 분야는 기하광학이고, 파동광학은 빛을 전자기학에서 처럼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구성된 전자기파 로 이해하고 기술하는 분야 입니다.
물론 대부분 전기장만을 이용해서 기술하게 됩니다. 그렇게 써 놓고 전기장에 수직으로 자기장이 있다고 알면 됩니다.
전자기파로 빛을 다루는 만큼 파동광학은 퍽 어렵습니다. 아니, 광학 자체가 어렵습니다.
고체물리학
원자 및 분자의 결합, 구조, 에너지 등을 배우는 가장 폭넓게 응용되는 과목 입니다. 이름이 고체잖아요. 주변을 둘러보세요. 다 고체죠?
자성체, 반도체, 유전체, 결정구조 등 현대 응용 물리학의 근간이 되는 내용을 배우는 과목으로, 졸업하고 보니, 배워두면 정말 쓸데가 많은 과목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아주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그 특징을 이용하는 (반도체) 상황이 될 수록 그 근저에 깔린 이론적인 내용을 정확히 잘 아는게 큰 힘이 됩니다.
[추신 - 반도체]
반도체를 전공하고, 공부하고, 그에 관련된 일을 하고싶은 분들, 책 하나 추천 해 볼께요.
고체전자공학, Solid state electronic devices - Ben G. Streetman
제가 공부한 책 이기도 하고, 지금도 꾸준히 참고하는 책 입니다.
부디 책 한 권 정도는 보고 다른사람과 일 했으면 참 좋겠네요. 인터넷에서 단어만 검색하지 말구요.
이상으로 물리학과에서 배우는 것 들을 알아봤습니다.
물리는 정말 많은걸 배우고 경험 할 수 있는 전공 입니다. 그냥 맨날 문제만 푸는데가 아니에요.
원리를 궁금해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좋아한다면 선택하세요. 수학은 좀 못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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